소금이님의 '지구 온난화와 심야방송의 상관관계는?'을 읽고 몇가지를 적어본다. 아무래도 소금이님의 글에 덧붙이는 수준 정도의 글이 될 듯 싶다.
3월 5일자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의 자민당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의 대책으로 텔레비전의 심야방송을 제한하자는 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방송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뿜어대는 산업은 아니지만,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산업이다. 막대한 전파를 공중에 뿌리고, 영상을 보내기 위해 계속해서 장비들을 돌린다. 멀리서 예를 찾을 것도 없이, 과거 우리나라도 오일쇼크때 방송국들이 경영난에 힘들어 했던 적이 있다. 그정도로 방송산업은 에너지 소비형 산업인 것이다.
그리고 보통 온실가스 배출은 소비와 정의 관계에 있는데, 대량소비의 상징인 방송 산업이 자숙함으로서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심리적인 효과를 노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보통 정부가 말로 하는 정책보다, 매일 하던 심야방송이 사라지는 것이 국민들에겐 더 충격적일 것이고 마음속에 와 닿을 것이니까 말이다. 또한 신문 기사에 '(심야방송을 제한 하는) 그 정도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방송이 자숙할 정도로, 라는 비유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간에 확실한 것은, 일본의 상황이 썩 좋은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어떨까? 적어도 당분간은 온실가스에 대해 걱정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환경협약들의 가입을 거부해 오고 있다. 또한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문제 뿐만이 아니라, 환경문제 전체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들에게 주어지는 유예조치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통상문제와 연계되고, 전 지구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더이상 의무부담을 회피하기 어려워졌다.
여튼, 세계 여론과, 각국의 압박에 한국은 1992년의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몬트리올 의정서를 시작으로, 94년엔 덤핑협약, 96년엔 OECD 가입으로 세계환경문제에 더 깊숙히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한국은 이 협약들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OECD 국가들은 환경문제에 있어서 선진국의 의무를 진다는 관행을 한국이 깼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른 선진국들은 한국에게 중진국 - 선발 개도국 - 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고, 아마 우리나라는 그 요구에 대해 오랫동안 회피하긴 힘들 것이다.
선진국의 불만에 대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어디까지나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과 같이 정책을 수행하면서 경제에 무리를 줄 수 없고, 선진국들이 환경을 무기로 개발을 방해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찮다. 한국은 환경 기금의 납부의무를 면제받고, 몬트리올 의정서에 있어서도 '개발도상국' 조항을 적용받아 프레온 가스 감축 의무를 10년간 면제 받았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량은 세계 20위권안에 들어가는 '선진국'이다. 당연히 후발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들, 그리고 선진국들이 좋은 눈으로 볼 수가 없다.
어쨌든간에, 정부도 나름대로 그에 따른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각종 환경협약의 의정서 수정에 따른 의무에 대한 대책이나, 새로운 환경협약의 발효에 따른 대책들과 더불어, 2006년에 시범실시된 오염배출권 거래제도나 신재생에너지 산업 진흥 같은 친환경적인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정책에 비해선 너무 느슨한게 사실이다. 또한 아직까지도 국제환경협약에 대해서 의무의 수용과 그에 따른 대책 마련보다 '최대한 의무 회피'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현재가 어떻든, 한국도 결국 멀지 않은 미래에는 환경에 대한 의무를 져야 할 것이다. 늦어야 10년에서 12년 정도일 것이다. 과연 정부가 이번 일본의 경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떻게 대비를 할지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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