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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을 좋아하는 산돼지의 인터넷 우리.
The Black Cat

Edgar Allan Poe 'The Black Cat'


 누군가 내게 싫어하는 동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고양이가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고양이의 성격이나 행동도 그렇지만, 나는 그 눈이 정말 싫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에드거 앨런 포의 기괴한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고양이에게 엄청난 공포 (absolute dread of the beast)' - 물론 엄청날 정도까진 아니지만, - 를 느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공포가 많이 사그라들어, 이제 고양이를 봐도 덤덤하게 어울릴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 고양이에게 느꼈던 공포는 상당했다. 아마도 그건 양철 세숫대야에 넣어둔 몇마리의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고양이가 잡아 먹고난 후 부터였을 것이다.

 그런데 난 다시 고양이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부터다. 이 책은 괴이하다. 분명 주인공 이 말했던 것 처럼, 어떤 사람은 이 글을 보고 공포보다는 괴이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함을 책을 읽는 내내 느꼈다. 그리고 공포는...... 그 기괴함 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동물들과 같이 사는 주인공의 애완동물들 중에 플루토라는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와 주인공, 그리고 나중에 선술집에서 데려오는 다른 고양이 - 사실 플루토와 이 고양이가 '다른'고양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 와 주인공과 아내가 이런저런 파멸적인 사건에 얽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는 모든것을 불확실하게 서술하면서 은근한 공포감을 조장한다. 모든 사건에는 확실한 인과관계가 없이 마술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다. 음울한 저주와 같은 분위기가 스토리 내내 흐른다.

 확실히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겐 아주 와 닿았다. 검은 고양이를 악마적이고 마녀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서구 문화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분명 이 마술적인 폭력의 연속은 서구적인 공포의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고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분명 호러 분야에선 천재 작가이자 위대한 문학가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구적 배경 하에서의 찬탄일 뿐이다. 공포는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것으로, 피와 정신을 통해 전해내려오는 감정의 깊숙한 부분과 밀접하기때문에,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선 극단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원초적 감정을 자극하는 기괴함과 공포를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단순한 엽기 소설이다. 그리고, 내 생각엔 포의 그 감정에 말려들어가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선 말이다. 그렇다면 딱 한마디만 말하겠다. 이런 부분의 공포에 공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적극 추천한다는 말을. 아, 그리고, 고양이에게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분께의 추천 또한 빼놓을 순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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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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