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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을 좋아하는 산돼지의 인터넷 우리.

세계명화비밀

 비밀이라고 할 내용이 없는 '세계명화비밀'에 대한 책이다.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평론가들과 미술가들, 그리고 미술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미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그리고 별로 관심도 없는,) 사람들조차 경악하게 만든 - 그게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 8가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세세한 분석보다, 작품이 나왔을 적의 사회적 분위기라던가, 작가, 그리고 전해내려오는 여러가지 '전설'들에 집중을 하고 있는 책이다. 즉, 이 책의 명작 선정 기준은 이야깃거리의 풍부함이다. 그리고 이 책은 실제 작품의 수준보다, 작품에 얽힌 일종의 전설이나 잡다한 이야기들이 명작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 말은 마지막 작품인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에서 크게 느껴진다.

 이 책을 내내 읽으면서 머리속에 오버랩 된 책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달과 육펜스'였다. 소설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의 유명세는 그의 미술에 대한 천재성보다, 그의 불우한 삶과 비참한 최후에 더 영향을 받았다. 책의 8가지 작품을 남긴 작가들의 인생도 만만치는 않았다. 고흐나 뭉크처럼 실제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도 있고, 주위의 편견에 많은 상처를 입고 살아갔던 사람도 있다.

 이 책의 가치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작품과 연결시켜 풀어내는데 있다. '왜 어째서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을 '명작'이라고 부르고 크게 가치를 둘까?'라는 이야기의 답을 폭넓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미술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내용도 많이 있지만, 단순한 일화를 넘어서 '명작'과 함께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호기심과 흥미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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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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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중에, 얘기를 듣다보면 꼭 벡진스키의 그림들을 생각나게 하는 친구가 있다. 일본에서 유학중인 친구인데, 왠지 모르게 독특한 친구로 처음엔 고흐같은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그를 보다 보니까, 왠지 고흐보다는 벡진스키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활활 타오르는 여름의 불이라기보단 깊게 가라앉아 있는 조용한 밤 같다랄까. 기이한 언행을 하는데도 별로 가벼워 보이지 않고 뭔가 푹 가라앉아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지슬라브 벡진스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명이지만, 가끔 그의 그림을 볼때마다 섬뜩함을 느껴 방에 있는 화첩을 베란다에 전부 내놓으면서 불평하게 만드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은 어둡고 음울하고 파멸적이다.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드 뭉크 같은 화가들이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새우며 활활 타오르는 영혼을 그렸다면, 벡신스키는 완전히 타버리고 가라앉아버린, 영원히 잠들어 버린 것과 같은 회색빛의 시체를 그려냈고, 에곤 실레나 구스타프 클림트 같은 화가들이, 어긋나고 일그러진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도착적인 눈을,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밤에 환몽을 꾸면서 괴로워하는 영혼을 그렸다면, 벡신스키는 그런 환몽조차도 멀리서 관조할 수 있는, 이미 죽어버린 회색빛의 눈을 그려냈다.

 괴로워하면서도 영혼을 격동시키는 그들과는 달리, 벡진스키는 영혼을 깊히 가라앉게 만든다. 그 점이 그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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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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