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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을 좋아하는 산돼지의 인터넷 우리.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 만들어진 신

 먼저, 이 글을 쓰기전에 난 무신론자라는 점을 밝혀둔다.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로 무서운 책이다. 먼저 가장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로 봐도 무방한) 기독교를 '주로' 겨냥해서 쓴 책이라는 점과, 유신론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인 저자의 태도가 확연하게 느껴진다는 점. 그리고 읽다가 분노가 차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번역이 공포에 가깝다는 점을 볼 때 분명 예사로운 책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 책은 무신론 - 혹은 불가지론 - 을 주장하는 책이다. 여러가지 예시와, 많은 무신론자 지식인들을 예로 들어가며 '신이 있는 것보다 없는게 더 확실하다.' 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많은 종교인들 - 특히 기독교인들 - 의 주장과 논리들을 하나씩 논파해가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그 논리 전개 방식이 살짝 공격적이라, 납득시키기 이전에 (종교를 가진) 독자를 분노하게 만들 여지가 많다는 점은 좀 거슬린다.

 이 책에 얽혀서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반기독교적인 책이라고 보는 점이다. 사실 그건 일견 맞으면서도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절대 기독교'만' 까는 책이 아니다. 분명 도킨스는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깐다. (도킨스는 불교와 유교는 종교라기보단 인생철학에 가깝다며 까지 않지만 말이다.) 다만, 기독교를 '좀 더 많이' 까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신을 까는 책이기 때문에 반기독교적인건 맞다. 그렇다고 해도 기독교만 깐다고 억울해 하진 말자.

 여튼간에, 이 책은 지금까지 많이 나왔던 반종교적인, 그리고 무신론적인 이론들과 주장들을 하나로 묶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실히 대단한 책이다. 조금 자극적이긴 하지만, 분명 납득할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몇가지(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눈에 거슬리는 단점들이 있다. 첫째로, 논조가 너무 공격적이다.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과 어투로 종교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 많다. 물론, 종교인들이 먼저 무신론자들을 자극적이고 비하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그 반발로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살짝 심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둘째로는, 논조의 일관성 문제다. 이 책이 신이 있는가 없는가, 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지, 종교가 나쁜가 좋은가, 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책을 펼땐, 무신론을 다루는 책을 폈는데, 읽다보니까 반종교를 다루는 책을 읽고 있단 기분이 들었다.

 셋째로는, 이건 좀 심각한 문제점인데, 번역이 엉망이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몇번을 내리 읽어봐도 이해가 안가는 문장이 많다. 읽다가 차라리 원서를 읽는 편이 더 쉽게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나 말고도 번역때문에 이 책을 어렵게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책 자체는 어려운 책이 아닌데, 번역때문에 책이 너무 난해해져버린 느낌이 없지 않다.

 어쨌든,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말이다. 다만 종교인이라면 끝까지 읽을 인내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다. 읽어보면 어쨌든 남는 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추천은 못하겠다. 자신있게 추천하기엔 많이 부족한 책이다. 물론, 원서라면 추천을 해주겠다. 번역이 책을 많이 깎아먹은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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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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