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호박꽃을 좋아하는 산돼지의 인터넷 우리.

세계명화비밀

 비밀이라고 할 내용이 없는 '세계명화비밀'에 대한 책이다.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평론가들과 미술가들, 그리고 미술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미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그리고 별로 관심도 없는,) 사람들조차 경악하게 만든 - 그게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 8가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세세한 분석보다, 작품이 나왔을 적의 사회적 분위기라던가, 작가, 그리고 전해내려오는 여러가지 '전설'들에 집중을 하고 있는 책이다. 즉, 이 책의 명작 선정 기준은 이야깃거리의 풍부함이다. 그리고 이 책은 실제 작품의 수준보다, 작품에 얽힌 일종의 전설이나 잡다한 이야기들이 명작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 말은 마지막 작품인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에서 크게 느껴진다.

 이 책을 내내 읽으면서 머리속에 오버랩 된 책이 하나 있는데, 바로 '달과 육펜스'였다. 소설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의 유명세는 그의 미술에 대한 천재성보다, 그의 불우한 삶과 비참한 최후에 더 영향을 받았다. 책의 8가지 작품을 남긴 작가들의 인생도 만만치는 않았다. 고흐나 뭉크처럼 실제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도 있고, 주위의 편견에 많은 상처를 입고 살아갔던 사람도 있다.

 이 책의 가치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작품과 연결시켜 풀어내는데 있다. '왜 어째서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을 '명작'이라고 부르고 크게 가치를 둘까?'라는 이야기의 답을 폭넓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미술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내용도 많이 있지만, 단순한 일화를 넘어서 '명작'과 함께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호기심과 흥미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The Black Cat

Edgar Allan Poe 'The Black Cat'


 누군가 내게 싫어하는 동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고양이가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고양이의 성격이나 행동도 그렇지만, 나는 그 눈이 정말 싫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에드거 앨런 포의 기괴한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고양이에게 엄청난 공포 (absolute dread of the beast)' - 물론 엄청날 정도까진 아니지만, - 를 느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공포가 많이 사그라들어, 이제 고양이를 봐도 덤덤하게 어울릴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 고양이에게 느꼈던 공포는 상당했다. 아마도 그건 양철 세숫대야에 넣어둔 몇마리의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고양이가 잡아 먹고난 후 부터였을 것이다.

 그런데 난 다시 고양이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부터다. 이 책은 괴이하다. 분명 주인공 이 말했던 것 처럼, 어떤 사람은 이 글을 보고 공포보다는 괴이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함을 책을 읽는 내내 느꼈다. 그리고 공포는...... 그 기괴함 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동물들과 같이 사는 주인공의 애완동물들 중에 플루토라는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와 주인공, 그리고 나중에 선술집에서 데려오는 다른 고양이 - 사실 플루토와 이 고양이가 '다른'고양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 와 주인공과 아내가 이런저런 파멸적인 사건에 얽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는 모든것을 불확실하게 서술하면서 은근한 공포감을 조장한다. 모든 사건에는 확실한 인과관계가 없이 마술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다. 음울한 저주와 같은 분위기가 스토리 내내 흐른다.

 확실히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겐 아주 와 닿았다. 검은 고양이를 악마적이고 마녀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서구 문화 안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분명 이 마술적인 폭력의 연속은 서구적인 공포의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고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분명 호러 분야에선 천재 작가이자 위대한 문학가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구적 배경 하에서의 찬탄일 뿐이다. 공포는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것으로, 피와 정신을 통해 전해내려오는 감정의 깊숙한 부분과 밀접하기때문에,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선 극단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진 않다. 원초적 감정을 자극하는 기괴함과 공포를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단순한 엽기 소설이다. 그리고, 내 생각엔 포의 그 감정에 말려들어가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선 말이다. 그렇다면 딱 한마디만 말하겠다. 이런 부분의 공포에 공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적극 추천한다는 말을. 아, 그리고, 고양이에게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분께의 추천 또한 빼놓을 순 없겠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태그
국제정치 패러다임

박재영 - 국제정치 패러다임


 요즘 한창 읽고 있는 책이 몇권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이 '국제정치 패러다임'이다. 내용이나 서술 구조는 제목과 딱 맞아떨어지는 '교과서'식으로 되어 있고, 딱딱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책이다.

 다만, 이 책은 딱딱하고 지루한만큼 내용에 군더더기가 없다. 정보를 독자에게 충실하게 전달하는 느낌이 아주 강하다. 외교사에 대해 관심이 생겼을 무렵 읽었던 김용구 교수의 '세계외교사'같은 경우에는, 문체나 서술방식이 눈에 잘 들어오는, 즉 읽기 쉽게 쓰여 있어 끝까지 무리없이 읽었지만, 그런 특징때문에, 핵심적인 내용을 한번에 잡아내기가 힘든점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세계외교사'와 반대로, 읽기는 힘들지만, 내용을 파악하기엔 쉽게 쓰여 있다.

 국제정치학에 관심이 있거나,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한번 읽어보기엔 아주 좋은 책이다. 필독도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론의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다만, 교양수준으로 읽으려는 분에겐 무리일 수 있겠다. 이번 책은 그냥 가볍게 추천만 하겠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 만들어진 신

 먼저, 이 글을 쓰기전에 난 무신론자라는 점을 밝혀둔다.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로 무서운 책이다. 먼저 가장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로 봐도 무방한) 기독교를 '주로' 겨냥해서 쓴 책이라는 점과, 유신론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인 저자의 태도가 확연하게 느껴진다는 점. 그리고 읽다가 분노가 차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번역이 공포에 가깝다는 점을 볼 때 분명 예사로운 책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 책은 무신론 - 혹은 불가지론 - 을 주장하는 책이다. 여러가지 예시와, 많은 무신론자 지식인들을 예로 들어가며 '신이 있는 것보다 없는게 더 확실하다.' 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많은 종교인들 - 특히 기독교인들 - 의 주장과 논리들을 하나씩 논파해가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그 논리 전개 방식이 살짝 공격적이라, 납득시키기 이전에 (종교를 가진) 독자를 분노하게 만들 여지가 많다는 점은 좀 거슬린다.

 이 책에 얽혀서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반기독교적인 책이라고 보는 점이다. 사실 그건 일견 맞으면서도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절대 기독교'만' 까는 책이 아니다. 분명 도킨스는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깐다. (도킨스는 불교와 유교는 종교라기보단 인생철학에 가깝다며 까지 않지만 말이다.) 다만, 기독교를 '좀 더 많이' 까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신을 까는 책이기 때문에 반기독교적인건 맞다. 그렇다고 해도 기독교만 깐다고 억울해 하진 말자.

 여튼간에, 이 책은 지금까지 많이 나왔던 반종교적인, 그리고 무신론적인 이론들과 주장들을 하나로 묶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실히 대단한 책이다. 조금 자극적이긴 하지만, 분명 납득할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몇가지(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눈에 거슬리는 단점들이 있다. 첫째로, 논조가 너무 공격적이다.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과 어투로 종교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 많다. 물론, 종교인들이 먼저 무신론자들을 자극적이고 비하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그 반발로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살짝 심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둘째로는, 논조의 일관성 문제다. 이 책이 신이 있는가 없는가, 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지, 종교가 나쁜가 좋은가, 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분명히 내가 책을 펼땐, 무신론을 다루는 책을 폈는데, 읽다보니까 반종교를 다루는 책을 읽고 있단 기분이 들었다.

 셋째로는, 이건 좀 심각한 문제점인데, 번역이 엉망이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몇번을 내리 읽어봐도 이해가 안가는 문장이 많다. 읽다가 차라리 원서를 읽는 편이 더 쉽게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나 말고도 번역때문에 이 책을 어렵게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책 자체는 어려운 책이 아닌데, 번역때문에 책이 너무 난해해져버린 느낌이 없지 않다.

 어쨌든,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말이다. 다만 종교인이라면 끝까지 읽을 인내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다. 읽어보면 어쨌든 남는 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 추천은 못하겠다. 자신있게 추천하기엔 많이 부족한 책이다. 물론, 원서라면 추천을 해주겠다. 번역이 책을 많이 깎아먹은게 아쉬울 뿐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존 키건 - 2차세계대전사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히 전쟁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2차세계대전은 크고 중요한 사건이다. 전례 없는 새로운 것들이 마구 쏟아져나와, 군수와 전략은 물론, 정치, 사회체체, 철학과 국제법까지 바꿔버린 전후무후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패의 교훈은 성공의 교훈보다 쓰디쓰지만 더 유용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계는 이 비참한 전쟁의 폐허 위해 더 튼튼한 집을 짓기 시작했고, 확실히 새로운 집(체제)은 기존의 집보다 더 튼튼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보기 전에 알아 둘 것이 있다. 앞서 말했듯, 전쟁은 크나큰 사회 변화를 수반하며, 전쟁사는 그러한 전쟁과 그에 수반된 사회의 변화와 국제 체제의 변화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범주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전쟁사 책이 아닌, 아주 협소한 의미의 2차세계대전사 책이다. 단지 전쟁의 경과, 전쟁의 흐름을 나열해 놓았다. 일반적인 의미의 史를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2차대전 유럽전선사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유럽전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태평양전쟁에 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게다가 누가 뭘 했고, 누가 어떻게 했고, 어떤 부대가 어떻게 움직였고, 이런 식으로 나열되는 지루한 문장구조는 읽는 사람을 쉽게 꿈나라로 안내한다. 침대 위에서 읽다간 나도 모르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볼 수 있는, 번역의 문제가 있다. 속되게 '번역을 발로 했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번역의 질이 나쁘다. 문장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물론, 중요한 용어 번역조차 잘못한 것이 수두룩 하다.

 이 책은 분명히, 재미있게 쓰여진 책은 아니지만, 그 안의 세세한 내용들은 흥미를 끌 여지가 분명히 있다. 다른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2차세계대전이라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전쟁의 흐름을 자세히 표현한 것 하나만으로도 분명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나 또한 이 책은, 다른 역사서에서 자세히 기술해 놓지 않은 2차대전의 흐름에 재미를 느껴 끝까지 다 읽었다. (솔직히 힘들기도 했다.)

 이 책에 대해선 딱히 추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만, '이 책이 이렇기에, 읽어보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 보세요,' 라는 의미로 이 책을 소개한다.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특히 역사엔 관심이 있는데, 전쟁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이 책은 '꿈나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딱히 한번쯤 읽어보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이 책이야말로 딱 내 스타일!!' 이러시는 분이 있다면 마음속으로 깊은 지지를 보내주겠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책을 나누어 주다.

2008/03/01 18:26

 오랫만에 일기 형식으로 포스팅을 한다.

 간만에 시간이 나서 빈둥대고 있던 찰나에, 김 모 형이 고등학생들과 인문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러 간다고,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의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대충 옷을 걸치고 나가려고 하다가, 문득 책상 위에 있는 책들에 눈길이 갔다. 꽤 자주 읽어서 표지가 많이 닳아있는 책들이었는데, 자주 읽는 만큼 괜찮은 책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읽을 시간도 없을 뿐더러, 읽어야 할 다른 책들도 많은 상황이라, 그냥 책상 위에 방치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문 앞에서 잠깐 생각을 하다가, 책을 나누어주기로 결심했다. 한 열댓권쯤 되는데, 마땅히 넣어 가지고 갈 가방이 없어 보자기 같은 것에 싸 넣었다. 생각보다 무거워서 보자기를 들고 끙끙대며 김 모 형을 찾아갔다. 아직 고등학생들은 오지 않았다.

 김 모 형은 내가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궁금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고, 난 책이라고 대답해줬다. 그리고 책을 나누어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형도 좋은 생각이라며 책장에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꺼내왔다. 서른권 정도 되는 책이었는데, 내가 꼭 읽고 싶었던 책이 그 사이에 있었기에 난 탐욕스러운 눈으로 그 책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책과 눈싸움을 하다가 형에게 뒷통수를 맞고 있을때, 고등학생들이 우루루 몰려들어왔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는데, 한 오십정도 되었나? 한 대여섯명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숫자에 놀랐다. 수능에 쩔어 있을 것만 같았던 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러 몰려오다니! 꽤나 감동(?)받았다.

 간단히 철학과 문학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나에게도 한마디 부탁하길래, 항상 사골국물처럼 우려먹는 진화와 사회 이야기를 해주면서, 책을 나누어 주었다. 다행히도 형이 내놓은 책들과 내 책들을 합치니 얼추 학생들 숫자와 맞아떨어졌다. 내가 읽고 싶었던 형의 책이 한 학생 손으로 넘어갈땐 마음이 좀 쓰렸지만, 그들이 책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흐뭇해졌다.

 아, 이런게 나눔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 것인지 걱정했었는데, 그런 걱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하긴, 책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테니 괜한 걱정이긴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베푼다는 것도, 어떻게 말하자면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 '나는 착한일을 한다' 라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 하든 어쩌든, 남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준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정말 오랫만에 '인간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하루였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 생각의 탄생

 '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라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창조적인 인간상이 미래적 인간상임을 주장한다. 천재는 단순한 암기식, 주입식 교육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놀이와 취미 등, 여러가지 창조적인 활동으로 탄생했다고 말한다. 그러한 천재들의 예를 들어가면서, 생각의 도구들을 나열, 설명하는데, 읽다보면, 시중의 여타 자기계발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드는 경향도 있지만, '천재'들의 이야기라는 점과, 현실에서의, 사회에서의 성공을 내세워 팔아먹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 그런 느낌을 지워준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지식에 전념하기보단, 사고와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현대식 교육으로는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길러낼 수 없으며, 각종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사고를 세웠던 천재들의 예를 들면서, 그런 천재들과 같은 사람들을 길러내기 위해선 현대 교육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이 책을 읽을때, 기대에서 시작해서 무덤덤함으로 끝났다. 뭔가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제시해줄 것만 같은 분위기에 즐거워하며 책을 폈지만, 결국엔, 기존에도 수없이 나왔던 주장들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듯한 분위기에 실망을 하고 책을 덮었다. 하지만, 그 '수없이 나왔던 주장'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했다는 점 만으로도 꽤 만족했기 때문에, '그저 괜찮은 책'이라는 인상으로 내 기억속에 남게 되었다.

 그럭저럭 괜찮은 책이지만, 책도 두껍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사서 읽는 것보단, 도서관 같은 곳에서 빌려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럴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천재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꽤나 흥미롭다. 사실 난 '생각의 도구'보다 천재들의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봤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영복 - 강의


 이 책은 내가 사람들에게 소개한 것만 해도 셀 수도 없고, 블로그에 소개한 것만 해도 이번이 두번째다. 그만큼 꽤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이 책은 두번밖에 읽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까다로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책장 앞에 서서 책을 빼 들고 표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책장 안으로 다시 밀어넣게 된다.

 뭐 어쨌든간에, 이 책을 몇가지 단어로 요약해 보자면, 아니,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관계론' 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계론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이다. 신영복 교수는 이 책에서 관계론을 집요하게 역설한다. 데카르트 이후의 서양 철학, 특히, 고립적이고 개체적인 특성을 넘어서 '개체간의 관계' 라는 특성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려는 '관계론'은 '사회론'이라고 정의해야 마땅하다. 말 그대로, 각각의 고립자들관의 관계를 정의한 '과학적'인 '관계론'이 아니라, 동양 고전이 말하는 '인간 세상'에서의 '세상에 대한 이론', 즉, '사람과 사람과의 이론'인 것이다.

 보통 관계론이라고 하면, 관계주의, 즉 Relationism을 말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사회론'도 일종의 관계주의에 속하지만, 과학적으로 분절된 객체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관계론'과, 동양 고전에서 말하는 인간 세상이 움직이는 것을 기록하고 설명하는 세상의,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쨌든, 무엇과 무엇과의 관계를 재조명한다는 점에선, 관계론이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내가 이걸 지적한 이유는, 사소한 것으로 물고 늘어지려는 의미가 아니라, 철학적인 면에서 용어 선택을 좀 더 확실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였다.

 이 책은 서양 철학을 먼저 접해보고 보는 편이 좀 더 의미가 있을 법 싶다. 처음부터 이 책을 접하면, 단순한 고전 이야기 같은 것도, 서양 철학을 어느정도 알고 난 후에 보면, 동양 고전의 어떤 점이 세상에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을 좀 더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애초에 신영복 교수가 그럴 의도로 책을 저술한 것 같지만 말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너무 관계론에 집중하는 면이 있는 편이다. 서양철학에 대한 동양철학의 재정립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오히려 그게 지나쳐 관계론에 비해 각각 고유의 개체들의 고유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양 철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주는 것만 해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썼던 '강의'에 관한 포스트]도 같이 소개해본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호박꽃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5)
일상 (15)
여행과 사진 (5)
이야기 (24)
책과 영화 (9)
자료 (2)

달력

«   2008/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